애니의 정원

자유부인

jj조약돌 2010. 11. 29. 13:33

 

남편이 떠난지 나흘째.

기분이 어떠냐고라? 흐흐흐.

참 고넘의 정이란것 뭐라는것인지.

공항에서 검사대를 지나 손을 흔들며 나가는것을 보며

아~ 시원할거라 생각했었는데 왠걸 왜 코끝이 찡해진담.

글쎄 그것이 무엇이였을까나?

짐작컨데 그동안 어서 떠나시유 나 좀 혼자 있고 싶소 해싸면서

속으로 미워했던 마음에 죄의식이지 않았나 해지는구만.

미안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자신을 위하는 삶을 사는 방법을 모르고

왜 늘 그렇게 피해의식으로 자신을 힘들게 사는것인지 옆에서 어떻게

해 주지도 못하면서 나름 참 힘이 드는 사람이기에 측은지심이지 않나 한다.

 

떠난날이 추수감사절이라서 아들집에서 저녁을 먹고 아이들과 떠들고 놀다

딸아이가 데려다 준 집을 들어서니 왜 섬뜩하니 무섬이 느껴지던지....

이렇게 잠간 나들이를 갔는데도 그런데 영원히 떠나보내고 들어선다면 정말

무서울것 같아 먼저 보낸 주위에 친구들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있을때 잘하라고, 그리고 옆에 있는것만도 복이라고.

그래서 감사함을 느꼈다.

이런것을 느끼게 하는 경험을 할수있는 이 시간이.

돌아오면 잘 해줄까? 하하하! 글쎄 나 그것도 장담 못혀.

 

금요일엔 일을 다녀오고 금요일 오후에 딸과 며느리가 와 배추를 절이고

마늘을 까고 양념을 썰고 무채까지 고추가루로 버무려놓고 간다.

자고 가려무나 해도 간다 한다. 그려 나도 예전에 그랬었는데.....

내집이 최고잔혀. 때르릉~

받으니 대짜고짜로 엄마~ 한다. 나은이다.

나은아 할머니인데 왜? 엄마~ 거의 울음폭발직전이다.

응 엄마 지금 막 떠났어. 엄마 보고 싶어? 왜 이시간까지 안 자.

엄마 보고 싶어서.

그래 지금 엄마 갔으니까 기다려.

이러니 안 갈수도 없잖겠어.

 

배추가 정말 속이 없어 그래도 절이는데 딸아이가 처음 절여보는것이니

배추를 벌리니 속이 그나마 다 찢어지기에 반을 쪼개 절였더니 걱정이 된다.

혹 짜질까봐 .그려서 5시에 일어나 이리저리 배추 손질을 하고 딸아이친구가

중국아이인데 요즘 동양음식을 취재하는 일을 한다며 온다고 했다나.

부랴부랴 정리를 하며 김치통도 준비하는둥 하는데 딸아이에 이어 며느리가 와

셋이 나가 다라이를 다섯개나 놓고 세여자가 씻는데 날씨가 아주 예쁘게 안 춥다.

이제는 제법 배추를 손이 척척 맞아 이리저리 다라이를 돌려가며 물도 아낄줄 알고

도란도란 쫑알쫑알 깔깔깔 하하하 거리며 씻으니 재미도 있다.

어느핸가 정말 추운날 딸아이 친구들이 와 함께 한적이 있는데 그때 내가 배추를 

열번 씻었단다. 오늘은 몇번? 하니 딸아이 다섯번.

아마 다섯번 씻는다고 하면 엔지와 태미 내년부턴 또 올거라고 하며 나를 놀린다.

어머 내가 열번씩이나 씻었다고?

그랬다나. 내 참 나도 못 말려. 허긴 동생이 와 나 배추 씻는것 보더니 

별나게 김치 한다며 잘났다고 놀리기도 하더만.

하하하 김치도 이제 나이가 드니 쉽게 담으려 하나벼.

헌데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그래. 어느 요리사가 내가 농약때문에 그렇게 씻는다고하니

김치에 들어가는 마늘이나 젓갈들이 들어가면 괜잖다고 하면서 그렇게 여러번 씻으면

맛도 없어지고 영양가도 덜하니 안 씻어도 된다기에 그 다음부터는 덜 씻는거여 해 준다.

 

작년에 와 도와준 김장을 한번도 담구어 보지 못했던 친구가 이번엔 앞치마와 고무장갑까지

준비하고 와 도와주고 딸아이 친구는 재료와 비율등을 묻지만 우리가 언제 무엇을 얼마큼 넣는다는

기준이 있어야지 속을 간을 보면서 배추속을 뜯어 입으로 넣어주며 이렇게 우리는 간을 맞춘단다

하니 이해 한다며 아주 맛있다하며 사진도 찍고 속도 넣어주면서 재미있는 김장을 마치고

돼지고기를 넣고 김치볶음을 하여 먹고는 딸과 며느리는 떠나고 친구와 수다를 떠는 여유도 있었지.

그 친구는 유학을 와 미국인과 결혼을 하여 아이들은 안 낳고 둘의 취미는 문화생활과 여행인데

그렇게 맞는것이 참 복이라 한다. 일년치 뮤지컬과 심포니 오페라를 아예 사놓고 남편과 다니니

친구가 없단다. 한국인 친구 하나가 있고 예전엔 직장친구가 있었지만 은퇴를 하고나니 직장친구들과

자주 만나게 되지 않는다 하며 이제와 생각하니 너무 남편하고만 친구를 한듯 하다며 이제 이렇게 

제이제이 친구가 있어 그렇게 멀지는 않아도 자주 만나지 못해도 아주 든든하다며 어깨까지 두드리며

나가 조약돌(카페에선 조약돌이거든) 언니 을메나 사랑하는지 알아요? 하더니 눈물을 흘린다.

대구사람이기에 사투리다. 하하하!

얼마나 고맙던지. 내가 누군가에게 의지가 된다는게 행복하다.

그려 우리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그렇게 옆에 있다고 생각하자구.

 

오늘은 한복을 입고 성당에 갔다.

아들 결혼식에 입었던것이지만 어떠랴.

동생이 준 밍크숄도 두르고. 히히히 왠지 부잣집마나님 같은 기분이 들더만.

아들과 며느리는 봉사에 바쁘니 나은이가 이 할미와 함께다.

할미의 친구분들께 재롱을 떨어주어 이 할미가 으쓱했었지.

나은아 너 때문에 이제 할머니 인사 받을일 많게 생겼다 뭐.고마워 사랑해~~~

이렇게 자유부인의 자유가 이제 내일부터는 출근을 하며 어떻게 지내게 될것인가~~~~

쨔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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