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의 정원

두려움

jj조약돌 2020. 1. 22. 14:31

오늘은 시누님을 모시고 아즈버님내외와 점심을 먹었다.

우리집에서 큰댁까지 가려면 1시간 반.

모시고 가면 또 30분.

쉽지않은 일이다.

그래도 요즘은 왠지 자주 이런 시간을 만들어야지 하는 마음이 드는것은

아즈버님이 자꾸 되묻는 말씀이 많으시고 지난주엔 지갑을 어디에서 

잃으셨는지 찾지를 못해 운전도 못하신다 하시니 왠지

마음이 조금 해진다.

한국 연세로 88세. 사실 오래 운전을 하신것이다.

깜빡깜박 하신다하니 운전이 위험하기는 하여도 그나마 

나다니실수가 있어 형님도 나갈실수 있었는데

만약 운전면허증을 못 찾으시면 갱신이 안될수도 있지 않을가 하여

아쉽기도 하고 안도도 되는 양면성이 된다.


식사를 하시면서도 수시로 동생에게 물으신다.

면허증을 다시 내려면 시험을 다시 봐야하느냐고.

아마 잠간이니까 대답을 했지 함께 산다면 저렇게 받아줄까

하는 마음이 드는 동생의 태도도 왠지 측은해 보인다.

문득 아즈버님이 심해지셔서 형님 혼자 계시게 되면 어쩌나 하는 

그림을 그리니 보통일이 아니구나 싶다.

일요일 성당에서 만나 시누님이 영정사진을 찍어야겠다 하시는데도.

그래도 준비를 하신다는 말씀에 내가 영정사진을 장례식 선물로 

해 드리겠다고 하였다.

우선 내 스마트폰으로 몇장 찍어 현상을 해보고 안 예쁘면 사진관에

가 찍어드려야지 하는 마음이다.

그분 역시 9월이면 만 90세.


이제는 젊은이들을 돌아볼새가 없지 싶다.

저분들의 저 모습이 우리의 자화상이지 않을까 싶어서.

언제나 주고 싶어 하시는 형님은 또 준비를 하셨다.

작은아버지 맥주 사 드리라며 카드에 $50 넣고 냉동고에서

이것저것 내 놓으시는데 난 다 받아왔다.

저런 사랑을 받을날이 얼마나 받았을까 싶어서.


많이 아프시지 마시고 자식들 고생 시키지 말고

떠나야 하는것이 어디 어른들 이시이기만 할까?

신나게 펄펄 하다가도 이런 모습들을 보면 두렵다 정말!


돌아오는데 형님이 전화 하셔서 동서 너무 고마워

해 주시는데 쨘한 마음이 쏟아지는 비처럼

젖어든다.


오래 산다는것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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