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의 정원

간병

jj조약돌 2015. 8. 3. 04:44

금요일 퇴근하고 오며 아주 피곤한 기색이더니

아이구 아이구 ! 하지만 워낙 엄살을 피니

또 시작이군 하며 놀리기만 하다 자려고 누우니 열이 펄펄이다.

에구 엄살이 아니네.

부랴부랴 얼음물로 찜질을 하며 체온을 재니 103도가 넘는다.

감기몸살인가보네 하며 몸살약만 주고 자다 만져보고

하니 좀 내린듯 하며 잠을 자기에 나아지나보다 했는데!

 

아침에 또 열이 나기 시작한다.

토요일이지만 혹시 의사가 진료를 하려나 전화 하니

마침 진료를 하나 예약환자가 많아 시간이 없단다.

오셔서 기다리시겠느냐기에 그러마하고 가

의사를 보고 약을 처방받아 가지고 와 음식과 먹어야 한다기에

김치볶음으로 아침겸 점심으로 약을 챙기고 열이 내리지 않아 또 춥다며

안 하겠다고 하는걸 달래고 얼래가며 얼음찜질을 하니

열이 102도로 내려가기에 한잠 자라고 하고 이웃에 형님께

전화하여 저 costco에 가니 가실래요?

하여 함께 장을 보고 오니 아주 늘어져 있기에 흰죽을 쑤어

약을 더 주고 체온을 재니 104도나 된다.

무서워진다.

애기들은 104도면 응급실로 데려가야 하는 열인데 어른이래도

너무 높은것 같아 나혼자 감당하려다 애들에게 알렸다.

딸에겐 멧세지로 아들에게 음성으로.

 

자주 체온을 재가며 얼음찜질을 해도 열이 내리지 않으니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남편은 일년 한두번은 저렇게 오한으로 떨어가며 앓는데 어쩐지 지난

겨울엔 무난히 넘기더니 이 여름에 난리다.

난 저렇게 앓아본적이 없으니 저 고통을 알리 없지만

손만 대면 마치 뜨거은 냄비에 닿은듯 전해져 오는 열은 얼마큼일지가

아주 쬐곰은 느낄듯하여 진심으로 성의를 다해 간병인 노릇을 하며

아! 오랜 간병을 하는 가족들은 얼마나 힘들까 생각이 된다.

 

딸이 놀래 문자가 왔다.

시집식구들과 모이고 있어 이제야 봤다며!

좀 나아지는듯 하니 걱정말고 미안하다 했더니 왜 미안하냐 한다.

너희들에게 걱정시키지 않고 싶었는데 너무 열이 올라 무서워 그랬다

하니 언제든 연락하란다.

 

아들아인 밤 10시가 넘어 전화가 와 두바이에서 친구가족이 와 비치에

와 있어 이제야 들었노라고 엄마  104도면 애기들이 위험하지

어른은 괜잖으니 걱정마시고 얼음찜질해 드리고 내일 아침까지 안 내리면

병원 모시고 가라는 이야기다.

이래서 자식이 있어야 하는가보다.

이렇게라도 마음을 나누니 든든해 진다.

 

다행이 코를 골며 잠이 들기에 육계장을 꿇여놓고 체온을 재니 101도로 내려

안심을 하고 자려 누우니 시트가 젖고 이불도 젖어있다.

옆자리를 더듬으니 으메!

땀으로 그렇게 젖은거다.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고 일어나라고 하여 침대시트를 갈고 속옷도 갈아입혀 주고

큰수건을 깔아주고 다시 누워 자며 몇번이나 더듬어보니 다행히

땀도 멈춘듯하다.

 

난 갱년기에도 밤에 식은 땀을 흘린적이 없어 경험이 없는데

이삼일동안 정말 간병인의 고충을 겪어보았다.

그렇게 몸속에 독소를 내뿜어서인지 오늘은 늘어지긴 해도

앓는 소리가 없다.

하하하!

난생처음 남편의 샤워도 도와주고.

남편도 이런 마누라의 간병을 받은적도 없으리라.

이번 기회에 마누라의 자리가 얼마나 귀한지나 알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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