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의 정원

오늘 하루

jj조약돌 2014. 3. 29. 18:38

 

 

 

행복한 하루라고 말하고 싶다.

요즘 시금치에 빠진 나를 보며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난 정말 행복하다.

 

지난주에 오기로했던 누리엄마가 오늘 오기로 한날.

그리고 성당에 엄마처럼 느껴지는 할머님의 작은 딸이

시금치를 가지러 오기로 한날.

내가 이렇게 편하게 은퇴를 할수있었던것은

그동안 나름 준비한 은퇴자금을 관리해주는 Mr Lee가 오기로 한날.

아침부터 바쁘지만 여유있게 커피도 마시고

아침마당을 귀로 들으며 부엌에서 서성이기도 한날.

 

Costco에 가 내일모레 구역모임에 내놓을 과일을 사오라 명한

분부를 하러 간 남편.

그 사이에 온 Mr.Lee와 개인 상담으로 나름 노후의 나만의

경제력도 챙기고 늘 고민이던 남편의 편협한 경제의식에 조언도

받아 이런저런 협의도 끌어낸날,

 

누리엄마가 드디어 2달된 벼리와 만난 날.

그녀가 내게 준 선물.

두권의 책과 카드.

 

 

 

 

미국인 남편이 군인인 관계로 일본에 가 있어 외로운 그녀에게

한식이나 짜장면을 먹이리라.

결정된 짜장면과 짬뽕 .탕수욕.

아주 전형적인 중국식을 시켜놓고 너무 행복해 하는 그녀.

난 얼른 먹고 벼리를 안고 누리와 다행히 적은 손님들 덕에

자리를 떠나 그녀가 혼자 식사를 할수있게 도와 주었다.

 

그렇게 돌아와 여유있게 벼리에게 우유도 먹이고 유난히 할아버지를

좋아하는 누리는 할아버지와 놀고 그녀와 담소도 나누고

아~~행복한 시간이다~~

 

스마트폰이 울린다.

언니 저 집앞에 와 있어요~~

그래 내 나갈게.

삶은 시금치와 다듬어 놓앗던 시금치, 그리고 말린 시금치를 들고

뛰여나가 전해주니 빵을 건네준다.

고마워,

고마워요 언니.

얼른 가.

남들은 웃는다.

그렇게 시금치를 따 무엇하느냐고?

 

그러나 !

얼마나 감사한가!

값으로야 얼마나 될것인가?

맛이 있고 가고 싶어도 못가는 마음을 알기에.

그리고 누가 주어도 시간이 없어 다듬고 씻을수가 없었던

지난날의 나를 생각하며 다듬고 씻어 삶아 나누면 이리 행복한걸.

그런 마음으로 나누고자 할때 이렇게 달려와 가져가는

이웃이 있어 행복한걸.

갈래요~~

하는 누리엄마에게 저녁이나 먹고 가거라.

아니요. 가서 먹지요.

아니야 김치볶아줄게.

 

부지런히 김치를 볶아 상을 보아놓고 벼리를 안고

얼른 먹고 가거라.

어두워지면 운전하기 어려우니.

남편도 없이 두 어린것들과 밥인들 마음놓고 먹을수 있으랴.

어머니 김치볶음 정말 맛있어요.

시금치국도 너무 맛잇어요.

대구 사투리가 구수하다.

 

어머니 드세요.

아이을 받아둔 그녀.

김치볶음이 남았네.

남은 김치볶음도 담고 시금치국도 담아놓고

나머지 반찬을 밥을 넣고 비빈다.

이미 이것저것 싸놓은 보따리에 방금 받은 빵도 한조각 썰어 넣으니

오늘은 보따리가 부실할것 같더니 맛있게 먹고 남은것들로

채워주니 마음이 풍성해 진다.

 

잠이 들었던 누리를 깨며 울면 어쩌나 했는데 울지않아

너무 예쁘다.

 2시간도 더 지난후 전화가 왔다.

어머니 저 잘 왔어요.한 25분전에 왓는데 애들 내리고

어머님이 주신 이것저것 내리고 하다보니

이제야 전화 드려요.~~~

어찌 그리 예의 바르고 얌전한지 사랑이 저절로 주어지는 그녀.

안심이다. 고맙다. 누리 밥 먹여라.

시금치국 데워 먹이려고요.

어머님 감사 합니다~~~

의 울컥해진다.

누리가 만들어준 인연으로 그녀나 나나 행복하다.

그렇게 나눌수잇는 나의 환경과 나의 마음이 참 고맙다.

남편이 함께 한다면 나눌수 있는 일들을 기꺼히

잘 해 나가는 그녀가 안스럽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그녀가 준 카드를 읽으며 참 내가 잘 살아내는구나

싶어지며 행복하다.

 

이 예쁜 누리가 만들어준 인연.

지나가는 할아버지에게 환한 웃음을 주어 맺어진 인연.

여전한 누리의 할아버지를 향한 사랑은 오늘도 계속 됐었지.

놀다 환한웃음으로 엎어지듯 달려가는곳이 할아버지의 출현.

이제 두달이 지난 벼리의 첫 나들이도 할머니집.

어찌나 착한지....

에미애비의 성품이 그데로 전해지는 두 귀엽고 어여쁜 천사들.

 

일요일에 치룰 구역모임 생각에 잠이 들지않아 일어나

그녀가 준 "이제는 정말 나 를 위해서만"

책을 읽다 이건 정말 나를 위한 책이야!

오늘 하루의 기쁨과 행복을 기록해야해 하고 글을 올리니

남편이 자다 깨 놀란다.

왜? 내가 또 속 썩혔어?

아니 그냥 잠이 안 와서. 포도주 좀 한잔 따라다 줄래요?

한잔 따라다 주고 다시 내려간다.

그 역시도 고맙다. 그리고 은퇴후에 누리는 여유이다.

출근을 해야 하는 주말이라면 아마 한마디 했으리라.

그러나 즐기거라 하나 보다.

 

아가를 안아주다보니 힘들더라만 참 행복했던 하루였던것 같다.

이젠 이 공간이 나의 기록장이 되여야 할듯 하다.

 

Mr Lee가 해준 말도 교훈이다.

어느 세미나의 공통점이 CEO들의 메모기록이라고 하더라는.

자꾸 잊혀진다.

말도 말이 머리보다 왜 그리 먼지...

이렇게 라도 나의 하루를 기록하는 메모장이 되게 하는

실천을 해야겠다.

'애니의 정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대모녀 여행기 1  (0) 2014.04.27
구역모임  (0) 2014.04.01
봄!   (0) 2014.03.24
시금치  (0) 2014.03.24
은퇴를 계획하고 나니....  (0) 2013.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