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의 정원

은퇴를 계획하고 나니....

jj조약돌 2013. 7. 25. 12:37

내년 1월 7일에 은퇴를 결심하고 나니

왜 그리 아쉬운것이 많은지.....

근속 33년 하고도 7개월.

한자리 깔아놓느라 99% 라고도 하며

1% 가 변하면 바뀔수도 있다면서.하하하

 

집에 있게되면 지금만큼 하하하! 웃을수 있을까?

 

복도 많았었지.

첫부서에선 밤일이라 웃사람도 많지 않고 조용하여

말은 못해도 옆사람들이 소근소근 대는둣 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귀동냥으로

영어를 조금씩 비록 문법은 틀려도 한마디씩

익히기도 했지.

그때부터 잘 웃기 시작했지 아마.

알아들어도 웃고 못 알아들어도 그저 웃었었지.

오죽하면 정말 못 알아들어

I don't understand.

해도 농담으로 받아들여 에라 그러니 그럼 나도 농담이다

해가며 그저 허허 실실거리며 정말 즐거운 직장생활이였는데...

 

부서가 하청으로 가는 바람에 퇴직금조를 주며

나갈 사람은 나가라고 하지만 영어도 잘 못하는

이몸은 그래도 다른 부서로 가지 하여 결정한 이곳.

Shipping(한국에서 운송부)

우리회사 제품을 내 보내는 일인데 처음엔 서서

박스에 제품을 싸는 일이 힘이 들긴 했었지만 일이 많아

Overtime이 많아 신이 나기도 했었지.

늦게 일을 하면 저녁도 사주기도 하니 신기하기도 했고.

더 신이 났던것은 목소리 큰 내가 마음놓고 웃을수 있다는것이였지ㅋㅋ

 

처음엔 국내부에서 시작을 했는데 국제부에서 스카우트 했다는거 아녀.

국제부는 좀 머리도 써야하고 암튼 기분은 좋았었지.

그런데 왠걸!

일 배우느라 정말 슬프기도 하고 챙피한적도 많았었지.

그래도 동료들의 격려와 믿음 그리고 용기로 견뎌냈지.

그 덕에 지금은 왠만한 일은 알아서 척척하고

나이값을 하느라 눈치는 고단수라 요리조리 누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일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판단력도 생겨 부서에서 제일 연장자이지만 내 몫은

해내기도 하지만 역시 나이는 못 속여 무거운것은 어린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니 미안하고 고맙기도 하지.

 

그랬었다.얼마전까지는.

건강이 허락하고 나가라고 하지만 않는다면 일을 하겠노라고.

그러나 생각이 바뀌였다.

건강할때 나도 이제 나의 시간을 갖자고.

물론 일을 하면 여러가지가 좋은점이 많지만.

정말 내 시간은 없었다.

휴가가 있고 공휴일등 사업을 하는 분들에 비하면

편하고 즐기기도 한 삶이였지만

하고 싶은것을 마음데로 하지도 못했고

친구도 만나지 못하기도 했지 않은가.

무엇보다 남편에게 많이 소홀했었던것 같다.

물론 나름 한다고 하기도 했지만 음식도 정말 정성을

들여 한것 같지는 않다.

이젠 시간을 갖고 요리조리 음식도 하고 싶다.

그러면서도 웃음이 줄어들거라는것이 아쉽다.

 

요즘 부지런히 걷는다.

나만의 공원에서.

올해는 버찌를 많이 따 먹었다.

아카시아꽃은 여행을 다녀오니 다 져서 못 먹었지만.

걸으면서 아쉬움이 생긴다.

이렇게 규칙적으로 아름다운 공원에서 걸을수 있을까?

다람쥐가 오르내리며 친구들과 노는 모습 .

새들의 지저귀며 날아다니는 모습.

파란잔디위에 뒹굴던

낙엽들.

내게 예쁜 단풍을 보며 행복해하고 따 책갈피에

끼웠다 카드를 만들게 해 주었던 나뭇잎들.

 

굳모~닝~을 길게 외치며 들서면 맞장구 쳐주며 환하게

웃어주던 친구들의 격려들로 하루가 힘차게 시작되곤 했었는데.

어찌 그들을 떠날수가 있을까?

생각만 해도 눈시울이 뜨거워 지는데.......

 

 다른부서 친구가 묻는다.

언제 은퇴 하느냐고?

4개월 정도 남았노라고.

그럼 무엇을 할거냐고.

여행을 다닐거냐고.

생각해보니 나름 여행도 많이 다녔네..

 

12월이면 만 37년이다 이곳에 온지.

한국을 들락거린것이 20번이 넘고 두해인가는

한해에 두번을 가기도 했고.

형제들과 동남아 여행을 하느라 그랬엇지.

 

 

누군가 그랬었지.

아줌마 한국만 두어번 안 가면 가구랑 좀 제대로 하실수 있을텐데.....

아니야 난 그렇게 안 했더라면 아마 병 걸렸을거야 했었지.

예전엔 손님이 오면 챙피하기도 했지만 이젠 그마저도

무디여져 아무렇지도 않네. ㅎㅎㅎ

 

가끔은 왜 그리 한국만을 갔었을까? 아쉽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받은 에너지가 이민생활을 하는데 활력이 되지 않았나 하지.

엄마친구분들이 엄마를 부러워도 하셨었지.

한 하늘아래 사는 자식보다 더 자주 보신다고.

핑계는 엄마 뵈러 간다고 해놓고 마냥 돌아다니며

이사람저사람을 만나던 시간이 더 좋았었지만

엄마께는 미안하기도 했었지.

 

이렇게 여행을 다닐수 있었던것도 일을 했기 때문이엿으리라.

은퇴를 하고 시간이 많으면 할것 같겠지만 휴가를 이용하여

즐기는 여행이 더 달콤하지 않았을까나.ㅋㅋ

 

이제 남은 아쉬운 시간을 더 알차게 보내야지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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