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금요일.
시누이께서 밭에 총각무를 뽑아가라 하여 퇴근후 들렸던 밭.
노인들의 취미로 골프장옆공터를 개간을 하셨다는데 재미있게 요것조것들을
많이도 심어 놓으셨다. 들깨,열무, 배추,쑥밭도 있고 한가운데는 양귀비가 소담하게
피여 있으며 손바닥만한 공터가 있으면 무엇인가를 심어 밭의 형태는 우스운데 그래도
노인들의 정성이 들어서인지 예쁘게들 자라나고 있는것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이곳은 어떤 할머니, 저곳은 어떤 할아버지밭 알려주시며 이 할머니는 어쨌고 저 밭주인은
어떻고 내 귀에다 대고 소근거리며 벌써 열번은 들었음직한 이런저런 말씀을 흘려 들으며
나도 나이가 더 들면 저리 되려나? 좋지않아 보이는데......
일요일.
성당을 다녀와 일본백화점을 한번도 못 가보셨다기에 남매가 나갔다 들어오시더니
졸리시다며 잠을 주무신다. 잘 안 주무시던 분이 그러시니 문득 15년후의 나의 자화상이
엿보이네.
자존심?
다은이와 태환이가 옆집 미니수영장에서 놀기에 근처에 사는 한국아이를 함께 불렀다.
마늘을 까면서 아이들을 지켜보니 녀석이 거기선 잘 놀더니 집에 와 샤워를 하고
옆집 크리스티나와 함께 노는데 이 녀석은 혼자 노는게 아닌가.
셋아이는 아랫층에서 비디오를 보고 있고. 영어를 못하니까 혼자 놀고 있는거다 .
세아이에게 양해를 얻어 비디오를 끄고 놀라 했는데도 녀석이 혼자 놀고 있는것이
언잖아 애궂은 두아이들에게 함께 놀라고 해도 크리스티나가 있으니 거기서만 놀고 있다.
이곳에서 태어났는데도 영어를 못하는것이 언제고 가보면 한국비디오가 켜져있던
녀석의 집이 떠 올랐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있으니 어른들이 아이를 생각을 못 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거다.
TV에서라도 아이들 프로라도 본다면 저렇게 모르지는 않을텐데 하는 아쉬움이며
그래도 대체적으로 아이들이 언어의 상관없이 놀수는 있을텐데 저 녀석이 자존심이
세서인가라는 생각이 드는거다. 할머니께 귀뜸이라도 해 드려야 하는지 망설여지네.
태동
맞는 표현인지.......
어제는 닭칼국수가 먹고 싶다 하여 세번에 걸쳐 밀어서 해 먹었다.
시누이와 나와 영감. 아들내외, 그리고 딸애가 사위와 늦게 와 또 밀어서 먹이고
낮에 만두속을 만들어 놨던것을 딸애가 도와준다 하여 배불뚝이가 세시간이나
앉아 만들고 난 구워냈다. 영감은 설것이를 해주고.
딸아이는 아기가 노는것을 만져보라 하여 난 아직 끝이 안나 아빠도 느끼게 해주라
했더니 벌렁 누워 배를 아빠에게 내 놓는다. ㅎㅎㅎ
이리저리 움직이며 한번씩 차는듯도 하다며 신기하게 이야기를 하는 영감.
내가 손을 대니 가볍게만 움직인다.
" Riley야 너도 할아버지만 좋아하고 할미는 안 좋아 하니 ?"
어느덧 2달만 있으면 태어나는 생명이 밤 열시경에서 자정까지 부지런히 움직인단다.
새삼 신기하고 잊혀졌던 나의 아이들의 태동이 또오른다.
바빴던 또 한주말이였다.
뽑아온 총각무는 다듬는데만 세시간이 걸렸다. 노인네가 물을 집에서 떠 가지고 가셔서
주면서 기르셨다는것을 밭에가 보고 나니 하나라도 버릴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무는 벌레가 파고 들었지만 일일히 도려내어 마치 깍두기도 썰줄 모르는 솜씨처럼
총각김치가 되였지만 그나마도 밤에야 해 넣었다.
일요일엔 성당에 안 간다고 했던 태환이가 느닷없이 간다하여 부랴부랴 씻기고 먹이고
데리고 갔더니 미사중 신부님의 강론중에 대변을 봐야한단다.
조금만 참자니까 금방 많이 나올것 같다나. 할수없이 두아이를 데리고 나와야 했었다.
칼국수해 먹이고 만두 만들고 정말 바쁘고 힘이 드는 주말이였지만 오늘 일을 나갔는데
안 피곤한것이 즐겁고 아이들에게 해 먹이고 한것이 흐믓하고 행복하다 해서 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