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의 정원

홀로 여행

jj조약돌 2011. 1. 23. 15:37

요즘 나는 주말이면 침을 맞으러 오레곤주의 포트랜드로 세시간 운전을 하고 다닌다.

처음엔 이웃에 사시는 분과 한시간쯤 내려가 큰형님을 만나 모시고 다녀왔고

두번째에는 회사에 다니던 친구와 가고 세번째는 이웃분이 다시 가 주시고 그다음엔

형님을 한 20여분을 일부러 들어가 모시고 갔었다.

아즈버님께서 날이 컴컴하시면 운전하시기가 조심스럽다 하셔 들어갔더니 시간이

너무 걸리는듯 하여 이번에는 나혼자 가기로 하였는데 느닷없이 멀리있는 친구가

저녁에 만나고 싶다하는데 집으로 오라하자니 집안이 부끄러워 밖에서 만나자하여

스타벅스에서 만났더니 겨우 삼십분을 이야기하니 문을 닫는다 하니 어쩌랴.

우리집으로 갑시다 하여 들어와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니 시간이 흘러버리네.

그들이 돌아가고 난뒤 남편의 도시락을 싸고 들어가니 이미 잠잘 시간이 지나고

문득 혼자 운전을 하고 세시간을 달린다니 걱정이 앞서니 잠은 이미 저만큼이다.

 

맥주를 한병 마셨지만 도움이 안되고 남편의 출근하는 소리까지 듣고야 겨우 두어시간

잤었나 일어나니 여섯시가 됐네.

우선 커피가 중요하느니라 잔뜩 꿇여 보온병에도 넣고 마시면서 좀 늦은 출발을 하니

날씨가 도와 주어 비가 오지 않으니 기분이 맑아진다.

머리속에는 왠 그리 잡념이 많은지.....

그래 이렇게 혼자 가면서 기도도 하고 생각도 정리하고 나름 즐기면서 가보자.

허지만 졸음은 안돼 그러자면 커피커피를 마셔야해.

좀 진하게 내린 커피를 홀짝거리며 우선 여섯개의 시디가 늘 들어있지만 제데로

들을 시간이 없었으니 우선 듣자.

하도 오래되여 1번이 무슨 음악인지도 모른다.그냥 누르는거야.

아~ 아름다운 화음으로 성가가 나온다.너무 좋네. 그리고 따라부른다.

어머 자동으로 2번으로 넘어가네.누를 필요도 없었구나~아~

가야금연주가 나오네. 그래 가끔 들긴 했어도 다 들을 시간이 없었는데....

그렇게 듣다보니 조카가 가수를 하겠다며 부른 시디가 흐른다.

미안하게도 다 듣지 못하던것이였는데 이제 혼자 들으니 히히히 가사 참 유치하다.

뭐뭐뭐 설것이도 다해주고 어쩌고. 이눔아 니가 사랑을 알면 얼마나 안다고....

혼자 킥킥 웃어도보며 그래도 이렇게 시디라도 있어 고모가 네목소리를 들으니

고맙구나 했다.

하하하! 이번엔 나 훈아의 목소리다.

그런데 가사가 생각이 안난다. 리듬은 알겠는데 따라 부를수가 없다.

겨우 끝가사나 따라 부르니 참 노래도 안 부르니 아니다 이제 내머리도 기억력이

사라지는것이리라. 내가 말이지 음치라는것 내가 알거든.

누군가 그러더라 음치란 처음과 마지막만 아는것이라고. ㅋㅋㅋ

그렇게 귀로는 듣고 머리로는 생각에 잠기며 혹시라도 속도위반이나 언젠가

아들아이와 남편과 이길을 달린적이 있는데 경찰이 정지를 시켜 속도위반은

아닌데 왜 그런건가 했더니 안쪽길은 앞차를 추월할때만 달리는 길인데 아들아이는

그길로만 달리니 정지를 시킨것이라며 티켓은 안 주지만 경고는 준다한적이 있어

그 경험으로 혹시라도 그런일이 생길까 싶어 아주 조심을 하며 답답하게 달리는 앞차를

가끔 한번씩 추월을 하며 은근히 쨔릿한 전율도 맛보며 아~ 내가 운전을 한다는게

얼마나 행복한가에 흐믓해하며 실실 웃음을 흘리는 재미도 괘안네.ㅋㅋㅋ

이른 아침 겨울풍경도 꽤 괜잖네.

물안개가 일어나기도 하고 황량하게 펼쳐지는 벌판도 스치고  꽤 긴호수를 끼고

도는 고속도로의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길들도 새삼스러운것은 나혼자이기 때문이리라.

의사가 세시간이나 운전을 하면 허리에 무리가 가니 한번쯤은 휴계소에 들려 허리를 

펴라고 했지 그래 한번 쉬자. 들어간 휴계소의 공짜커피를 준다고 하네.

허지만 내차엔 커피도 있고 물도 있고 세븐엎도 있고 빵도 있고 말린과일과 땅콩도 있다.

아~ 아! 초코렛도 있지. 공짜커피를 마시려면 도네이숀을 해야하지.

그럴마음이 없다.뭐 그냥 안 마시고 과자 한개 집고 $1 줄수도 있는데 혼자이기에

멀쑥하여 그냥 지나치자니 왠지 뒷통수가 뜨거운데 이것도 혼자라는 특권이 아닌지.

하하하! 아마 둘이였다면 먹을래 마실래요 해가믄서 재미있었을텐데. 

 

자자자! 좀 늦은 출발이였으니 서두르자 허지만 위반은 안돼.

말은 안 하지만 이렇게 멀리 기름값이 침값보다 더 들어가는것도 못 마땅할텐데

티켓이라도 떼 벌금이라도 물게 된다면 안되지 안돼.

별 공상을 다 해가며 그래도 제속도 낼수있게 원할한 도로사정도 아주 기분 좋아.

달리다 보면 100키로이기도 하다 120키로로 달릴수있는 곳도 있는데 조금은

더 달리게 되는것이 사람의 마음이지.

이제는 약도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잘 찾아간다.

이것도 아주 마음에 들고 흡족하단말야.

 

이크 오분 늦었네.

들어서니 의사가 혼자 운전하고 왔느냐하며 놀랜다.

그래 피곤해 어제밤 잠을 못 잤다하니 맥을 보고 혀를 보더니 무조건 엎드리라더니

피를 좀 뺀다하더니 서투른 한국말로 아파요? 미안해요 해가며 정갱이쪽을 침으로

막 찌른다. 아버지가 더 신경쓰라고 했단다.

그 멀리에서 오니 포트랜드에서 오는 환자들보다 더 성의것 해주라 했다며 꼭 보고

가라고 아침을 안 먹고 올테니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가야 한다고 했단다.

지난번 깍두기와 김치를 가져다 드렸더니 엄마가 아주 맛이 있었다고 하며.

이번엔 피곤하니 머리에도 침을 꽂는다하고 부황도 허리에 놓는다 한다.

그려그려 당신이 하고 싶은데로 하소.

난 당신을 믿으니께 했더니 연신 고맙다 한다.

 

부황도 예전처럼 솜으로 하는것이 아닌가보다.

보여주는데 피가 선지처럼 많이 나왔다. 나쁜 피란다.

일어나니 어지럽다. ㅎㅎㅎ 피를 뽑아서인가.

차를 주며 한 십분 쉬다 떠나라 한다.

 

오늘이 남편의 칠순생일날이다.

아이들이 조촐하게 할 계획을 남편이 취소를 시켜 마음이 언잖았는데

다행히 내일 아이들과 일식집에서 만나기로 했단다.

가끔은 참 힘들고 난처하게 만드는 남편의 성격이 날 참 힘들게 한다.

오늘의 혼자 나선것도 이런 나의 마음이 누군가와 함께 하면서 내마음을

숨겨야하는것이 싫어 떠났는데 의외로 괜잖은 시간이였다.

돌아오며 의사아버님께 전화를 드리니 아주 섭섭해 하시지만 사실 여러가지

착잡한 마음으로 누구와도 이야기 하고 싶지않아서였다.

돌아오는 길도 내마음을 돌려주기에 충분하게 길도 막히지 않고 뻥뻥 뚫려주어

얼마나 감사한지..... 길마져 막혔다면 아마 오늘 나의 홀로여행은 아주 힘이 들었을텐데.

아시안마켓에 찐빵과 만두가 맛이 있다며 사다 달라하신 이웃에 말씀에 주문을 하고 떠나

돌아오며 들려 사가지고 배고픈김에 하나를 먹는데 어찌나 큰지 다 못먹었네.

 

일을 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오늘 생신을 축하하여 내가 쏜다 나갑시다 하여 나가

그이가 좋아하는 일식부페에 가 정종한병을 시켜 따라주며 싸안 마음이다.

이것이 부부란것일까? 측은지심이라더니 점점 미우면서도 안쓰러워진다.

그 불뚝 성질만 아니면 정도 많고 자상한데.....

정말 아쉽다는 안쓰러움이다.

나는 우동을 먹고 부페는 안 먹었는데 맨나중 장어스시를 시켜 얼른 하나를 주기에

먹으니 으~음 역시 고급집의 재료는 다르더만.

그런데 살살 녹는 장어맛에 태환이가 왜 생각이 난단말이지.

그녀석 장어스시를 아주 좋아하는데.

내일 가는 아이러브일식집보다 이집 재료가 더 좋은가봐.

그렇게 실실대며 남편의 칠순생일은 지나고 내일 일간다고 일찍 들어가 주무시는구만.

 

홀로 거의 7시간을 운전을 하고 오니 자신감이 생긴다.

다음에 갈때는 형님도 함께 가 주신다하고 이웃에 계신분도 가 주신다 하는데 이제는

이렇게 홀로 나서는것도 아주 괜잖다는데들 그러시네 참. ㅋㅋㅋ

 

                                 이경치가 남겨두고 싶어 운전대위에 카메라를 놓고 눌러본다.

                                       어디쯤일까 가늠하기도 어렵지만

                                   교정을 볼수있는 기능이 있다고 하지만 난 그대로의 풍경으로 남겨두고 싶다.

                                  비가 오지 않아 이렇게라도 보이는 이 풍경들이 그 아침의 울적한 내 마음을 한결 부드럽게 만들었거든.

                                  보정이 됐나? 저보다 더 짙었던 회색하늘도 왜 마음을 울리는지.....

                               하하하! 흔들리긴 했어도 구도가 잘 맞은것 같지 않니?

                                 저 물안개들이 얼마나 멋이 있었는데 아쉽당.

 

 

                                    저렇게 느티나무가 됐던 미루나무가 됐던 늘 생각나는 분이 있지.미루님!

'애니의 정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위생일  (0) 2011.02.21
내가 생각해도.....  (0) 2011.02.17
제이제이의 생일을 시작으로~~  (0) 2011.01.10
전국 노래자랑 시애틀편  (0) 2011.01.05
비가 왔으면 좋겠다!  (0) 2010.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