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의 정원

에미의 마음

jj조약돌 2014. 12. 12. 02:36

마음먹고 카드를 썼다.

단풍을 주우며 떠오르는 얼굴들이 많았지만

몇년은 보내지를 못했다.

올해는 단풍도 예쁘지 않았고 예전처럼 회사공원을

걷는것도 아니니 많이 따지도 줍지도 못했지만 보내리라

허나 또 늦었다.

어쩌다보면 이렇게 놓치게 되는 시간들이 많아.

내 의지가 약해서여!

 

카드를 잘라놓고 며칠 흐르고 단풍을 책갈피에서 꺼내놓고도 또 며칠.

그래도 마음먹고 단풍을 요리조리 부치는 일도

해 놓고 어제 아침엔 몇자라도 써야 하겠기에 작정을 하고

커피와 함께 앉았엇다.

아쉽다.

예전엔 이런저런 이야기를 따로 종이에 쓰며

우정이나 사랑을 나누었는데 안 되겠다.

안부만 쓰자,

그랬어도 세시간이나 지났지만 내 주소도 못 쓰고 마네.

그려 이왕 늦은것 내 할일 못 할순 없지.

또 손 놨다.

 

수정에미부부가 회사송년파티에 간다 하여 길을 나섰다.

시상에!

비가 그렇게 쏟아질수 없다.

그러니 길이 막혀 난리다.

다행히 집에서 일찍 나가 시간에 닿았지만 딸아이는 아직 도착 안 했네.

점점 세게 쏟아지는 비가 조금은 두렵고 미워진다.

더구나 칠흙같은 깜깜한 밤엔.

 

태진이가 좀 천방지축이긴 해도 하루하루 성숙해지며 자라는 모습이 보인다.

다은네 아이들은 이제 이렇게 자주 보지 못한다.

거리도 있지만 에미가 집에 있고 그 아이들은 잘 나가지 않으니

이 에미를 부르지 않아 식구끼리 올때나 두어시간

보니 갑자기 뻥튀기 하듯 자라 앞에 나타나 놀라게 하지만

수정이남매는 눈에 보이니 신기하다.

장난감도 다 치우고 이도 제법 닦고 잠옷을 갈아입으며

빨래통에 휙 던지기도 하지만 꼭 넣는 습관도

아주 예쁘다.

 

한글음성기를 가져 오더니 가나다라와 뽀로롱 노래를 틀어놓고

거울을 보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얼른 전화를 가져다 녹화를 하며 즐겼다.

그렇게 흥분을 하면 잠을 청하는데 시간이 걸려 걱정이더니

누워서도 바시락거리며 할머니 옆에 누워 있어 달라나.

자장노래 불러달라고.

그러나 등을 토닥거리지는 말라고.

그렇게 해도 잠이 안 오는지 누나를 불러 노래를 불러달라나.

수정이가 서서 수화도 섞어가며 부르는 모습이

너무 예뻐 또 녹화를 했다.

 

한참을 애쓰다 잠이 든 태진이 방을 나오니

이번엔 수정이가 잠을 못 드네.

그러며 옆에 누워 달라나.

그려 !

누워 자장노래를 불러달라기에 토닥거리며 재워도 또 쉽게

잠을 못 이루네.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잠이 안 올때의 기분을 이해 해주려

해 보지만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가야하니 걱정이더만 .

시간이 약이라더니 그래도 쌔근쌔근 잠이 드네.

아이구 이뻐라!

몇번을 뽀뽀를 해주고 나오니 나도 졸음이 쏟아진다.

 

드디어 왔다!

음식을 이것저것 싸 가지고 와 엄마 이건 맛이 어떻고 해가며

벌건 눈으로 약간은 어눌한 말씨가 한잔 잘 걸치셨네. ㅎㅎㅎ

나오려다 동영상을 보여주니 둘이 깔깔대며 웃더니

딸아이가 남편에게 한마디 한다.

동영상을 좀 찍지!

비디오 카메라를 산지 일년이 넘었건만 하며 운다.

일을 하는 딸아이는 아이들의 이런 재롱을 많이 못 보는것이

서러웠나보다.

힘들거나 속 상하는 일들을 보이지 않는 아이가 그러니 마음이 쨘하다.

어쩌다 보는 딸아이의 퇴근후 모습은 피곤하면서도

아이들이 원하는것은 참 잘 들어주고 함께 하기에 나름

에미자리 잘 하고 있어 대견해 했더만 저런면이 있었구나 싶으니

돌아오는 길이 아주 무거웠다.

 

역활을 바꾸어 사는 부부!

이럴떄 아쉬움이 있는거구나.

 

딸아 !

그래 이젠 엄마가 동영상 자주 찍어 네아이들이 너 없는 동안

성장하고 재롱떠는 모습을 보여줄께.

네 남편도 그만하면 아이들 잘 키우잖아.

돌아와 나도 잠이 오지 않아 네가 준 치즈와 와인을 먹고

들어가니 아빠가 그러네.

왜 이리 늦었느냐고?

그래도 너를 사랑하고 의지하는 네 가족이 있잖아.

그래 네가 나가 열심히 마음놓고 일해 능력을 인정받는거잖아.

아범과 대화로 예쁘고 행복한 가정되렴.

이제까지 처럼.

엄마도 힘껏 밀어줄께.

어디 나갈일 있음 언제고 달려갈테니 네 인생 즐겨라,

사랑해 우리딸!

그리 철없을것 같던 네가 가장이 되여 살아가는 모습이

엄만 늘 신통방통하거든.

 

에미의 마음은 이렇게 이어지는구나~~~~

새삼 느끼던 어제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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