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 나가 더듬은 추억. 포르노영화.
동네에 전기공사가 한창이더니 오늘 8시부터 5시까지 정전이란다.
새벽에 일어나 샤워도 하고 히터도 올리고 아침도
감자국에 수제비를 떠넣어 먹었다.
8시가 되도 정전이 되지 않더니 9시가 되니 정전이다.
대강 치우고 카톡을 날리며 두어시간이 흘러간다.
의사를 보기위해 조기퇴근한 남편에게 도가니탕 사드시고 오세요
하고.
집안에 좀 더 있어보자고 히터도 올려놨었건만
아래내복까지 입었는데 서서히 추위가 느껴져온다.
영화를 보러갈까?
볼만한것이 없다. 그럼 쇼핑을 갈까?
일단 나가자!
합의가 되여 나섰지만 쇼핑 가봤자 남편과 하는 것은
스트레스니 차라리 드라이브 합시다.
마침 내린 눈으로 예쁜마을이 많을터이니.
달려라 달려!
북으로북으로.
정말 예쁜곳이 많다. 카메라를 들이대지만 별로!
달리는 속도에 영 아니다.
그려 내 눈에 담자.
여기가 어디?
9번도로. 혜옥이네가 처음 집 샀던 동네.
남편은 어찌 그리 기억력이 좋은지....
이리가면 거기 나올거야.
어디?
어, 그 포르노극장 있었던 작은 타운.
그런데 그 극장 이제 문 닫었어.
아~~~ 기억난다.
돌이켜 생각하니 정말 젊었던 시절에 그런곳을 갔었다니!
두번인가 갔었지 아마!
한번은 남편과 단둘이.
또 한번은 친구부부와 아마!
그러니까~~~
겨우 30대.
뭔지 모르고 따라들어간 어두컴컴 하던 극장안.
시상에!
70년대에 우리나라에선 상상도 못했을 장면들이!
남자들은 어찌 그런곳을 알아냈을꼬.
남편도 나 못지않게 바같세상을 몰랐었는데 ...
암튼 난 별세계를 다녀왔고 그 이후
다시는 보고 싶지도 않았었다.
몇년후 큰언니가 왔다.
그 극장은 이미 문을 닫은 후.
남편은 언니에게 진짜 미국을 보여준다며 시애틀다운타운
극장을 데리고 갔다.
나오며 언니가 깔깔거리며 이순신 활보다 더 커 !
우린 극장앞에서 얼마나 웃었던지....
그 시절을 떠 올리며 언제였던가? 헤아려보니 겨우 30대에.
아담하고 귀엽기까지 한 타운은 주차할곳이 없을만치 붐빈다.
서부영화에 나올듯한 그런 장면들이.
작은 상점들은 엔틱스럽고 또 그런것들을 파는듯.
마치 우리나라 선술집같은 분위기의 술집들.
그렇게 한바퀴를 돌고 오며 감회 스러웠다.
그래도 시간이 남는다.
치과예약이 아직도 두시간이나 남아 그럼 회사러 갑시다.
회라면 언제나 환호를 지르는 남편 신났다.
회를 사 가지고 한시간이나 이른 치과에 들어서니
임프란트 의사와이프가 아기를 낳아 집에 전화를 하여
오지 말라고 하는 전화를 했다며 미안해 한다.
할수없지 .
돌아오며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코스코 가자나.
미안타 이거지.
그러나 내키지는 않는다.
뭐라도 집으면 눈치를 주니.
그러나!
전기가 들어와 있었다.
나 한시간만 걷고 올께요.
그려.
종종걸음으로 걸으며 반만 걷고 가 회 썰어주자.
돌아오니 왜 벌써 오느냐고 한시간 걷는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생색을 내며 도미머리를 찌개하려 앉히며
회를 썰어 주니 먹잔다.
요즘 배가 나와 덜 먹어야 하는데 먹는것을 좋아하는
그 이 때문에 실천이 안 된다.
와인 두잔을 마시고 나서인지 잠이 쏟아진다.
에라 들어가 누웠다.
새벽 3시에 일어나니 6시만 되도 늦은 잠자리인 그 인 아직 안 자고 있다.
살짝 다시 들어가 누우니 오늘 하루가 떠오른다.
부엌은 엉망일텐데....
내일 놀러오는 친구를 위해 피마자잎도 삶아놓고 질경이도 삶고
도토리묵도 쑤우려고 했는데.... 해 감서리.
그래도 오늘을 기록해 놔야지 하며 앉았다 목이 말라 내려가니
이런!
부엌이 말끔하게 치워져 있다.
하하하!
늘 볼멘소리를 하는 녕감이 이쁜짓 해 놨네.
전기가 나가고 의사를 보러 가기위해 조기퇴근한 남편과 한
데이트가 추억을 떠 올리고 새삼 남편의 자상함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오늘 하루도 잘 보냈다.
이제 부엌으로 들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