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박타박
타박타박!
미루님의 방에서 본 제목에서 빌려온(?) 것입니다.
이곳에서 살아서인지 가끔은 저리 정겨운 우리말 표현이
안될때가 많으니 만나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어제부터 점심시간에 걷습니다.
요즘 출근시간이 9시라서 잠도 충분히 자고 아침도 든든히
먹고 출근을 하니 점심엔 30분 걷고 두번째 쉬는 시간에
15분동안 점심을 먹자하며 걷는데 좀 빠르게 걸어서인지 오후에는
다리도 아프고 너무 피곤하여 엊저녁엔 일찍 잠자리에 들었었지요.
오늘도 걸으러 나가면서 타박타박 걸어보자 !
그러면서 상상을 하니 귀여운 꼬마가 걷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장아장 한걸음씩 타박타박 걸어가는 꼬마는 어떤 목적도 없이 그저
걸어가지만 그 모습은 얼마나 귀엽고 행복해 보이나요.
그러면서 터벅터벅 걷는 어른의 모습을 생각해 봅니다.
지친모습, 허탈한 모습,실망의 모습 등등이 떠오르니 그만 저도 힘이 빠지더군요.
빠르지 않아도 시간을 꼭 길게 잡지 않아도 내 마음에 타박타박을
담아 천천히 이리저리 둘러보며 걸으려 일부러 노력을 해 봅니다.
그랬더니 보이는것이 있네요.
이맘때면 아카시아 꽃이 만발 하지 않나?
서너그루의 아카시아나무엔 왜 꽃이 안 필까?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며 걷던 내 발밑에 하얀 꽃이 떨어져 있네요.
어머! 아카시아 꽃 아니야?
줄기째가 아닌 한송이씩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어 위를 올려보니
아주 작은 송이들이 피여있어요.
한개를 주워 들어 맡으니 바로 이 향기야.
예전에 어떤 사람과 걷던 아카시아가 만발한 나무밑을 지날때
진하게 풍기던 그 향기는 아니더라도 아련한 추억은 기억해
줄만한 향기로도 얼마나 반갑던지.
다시 한바퀴를 돌다 더 높이 올려다보니 어머 아주 큰송이들이
피여있었어요.
고개를 들고 걸으며 고작 내가 올려다 보는 곳만 보았더니
안 보이더만 좀 더 올려다보니 어느새 저렇게 많이.
아! 내가 살아온 삶의 여정도 저렇겠구나. 하는 후회가 확 들어옵니다.
겨우 내가 보이는곳만을 보며 살아와 더 높은 세상 ,
넓은 세상을 모르고 살아온 아주 낮은 나의 삶이였구나 하는.
허지만 곧 생각을 고쳐 먹어 봅니다.
그래도 잘 살아왔어.
어쩌면 그 삶이 있어 나름 행복한 삶이였을지도 모르잖어.
다시 타박타박 걷다보니 어머 예쁜 야생화들도 어찌나 예쁘던지요.
반쯤 돌면 두어그루의 아카시아 나무가 있는데 한 나무에는
꽃방울도 없는데 한그루에는 발돋음을 하여 깡충 뛰여 나무가지를
잡으면 따도 될만한 높이에 꽃망울이 여러개 보여 다음주쯤엔
너희들은 내꺼다.
예쁘고 진한 향기로 나를 반겨다오.
그러기위해선 햇님아 나와다오.
뜨거운 햇살로 저 꽃들이 싱그럽고 진한 향기를 만들어내게.
하하하!
타박타박을 생각하며 걸은 삼십분이 너무 행복 했어요.
참 그 시간에 느낌을 다 표현할수 없는게 너무 아쉽네요.
내일도 또 나를 돌아보고 주위를 돌아보며 타박타박 걸을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