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유학
꾀병을 부리고 결근까지 하고 달려간 세탁소에서 두시간이나 걸린 이야기주제가
유학온 조카와의 이야기였다.
고모가 되는 그녀는 이제 거의 70세가 다 되가는 분이다.
내가 그녀를 만난것이 아들아이가 태권도를 배울때 도장에서 만났으니
어느덧 30여년이 다 되지 않나싶다.
서로가 젊었을때니 나이를 물어본것도 아니여서 그냥 친구라고 말도 놓고
지내왔는데 알고보니 한참 연배인데도 아직도 말버릇을 못 고치지만
우린 친구다.
자주 보는것도 아니고 아직 그녀의 집에 가본적도 없는 그런 친구지만
우린 만나면 할이야기가 아주 많다.
그런 그녀가 한 2년여전에 친정식구들이 대거 몰려온다며 이혼한 남동생의
조카를 데리고 온다기에 잘 알아서 하라고 했엇는데
어느덧 이년이 되여 이번에 한국을 나가는데 모든 서류등을 하느라
오늘도 전화통에 매달려 있었노라하며 시작된 이야기.
그녀는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공부를 많이 한것은 아닌듯한데 영어를 아주 잘한다.
물론 남편이 미국인이여 그렇긴 하겠지만 그래도 대단한 사람이다.
아무튼 엄청 똑똑하고 깨끗하고 똑 떨어지는 성격이여서 처음엔 말 붙이기가
쉽지 않았는데 그런 성격이 변함이 없고 진국이라는것은 난 안다.
그런 친구가 또 있거든.
6살에 엄마와 헤여져 할머니와 지내고 혼자라는 이유로 주위에서 오냐오냐로
자라 고집도 세고 습관도 제멋데로였엇다한다.
허지만 난 그녀가 그 아이를 정신건강하게 지도할것이라는것을 믿었었지.
말마라. 정말 힘들었어. 교회에서도 왜 그렇게 늙었느냐고 한다구.
정말 그랬다. 눈에 뜨이게 변하는 그녀를 보며 나도 나이가 들면
저렇겟구나 하면서도 말을 못 했는데....
그러면서 이야기를 해준다.
이번 세학기가 모두 F학정이란다.
이제 7학년인데 8학년으로 못 올라간단다.
사립이기에 학비도 만만치 않은데 어쩔것인가.
일을 마치고 나면 이 책방 저 책방을 다니며 교재를 사 날랐단다.
함께 앉아 가르치기도 하는데 수학에서 답은 같은데 공식이 한국에서 배운것과
다르니 왜 그답이 나오는지를 설명하라하니 교재가 잘못 된것이라 하기도 하고
안되는 공부를 어쩌라는것이냐 되려 묻고.
다행히 이번 학기에는 성적이 올라 F학점은 면했단다.
머리를 자르라고 학교교칙에 어긋난다하니 내 알아서 할거예요
하기에 내버려 두었더니 교장실에 불려가 벌금까지 받아와서도 머리를
자르겠다는 이야기를 안 하더니 두번째 또 벌금을 가지고 와
첫번째 받았을때 왜 그냥 두었느냐고 하더란다.
그래 머리끝을 툭툭 치면서 네가 알아서 한다니까 그랬지 했더니
쳤어요? 하더라나.
그래서 뒷뜰로 멱살을 잡고 나가 입을 아니다 주둥이라고 했지. ㅋㅋㅋ
막 야단을 치고 막 두둘겨 주며 너 날 그렇게 만만히 보지 말거라.
난 네가 알아서 한다니까 네가 알아 하리 했다.
나는 네 막내고모와는 다르다.
(막내고모는 돈은 많은데 아이가 없어 이 아이가 요구하는것은 무조건이였다 한다)
잠도 9시반에 10사이에는 자야한다 하여도 안 자기에 여긴 내집이니
한 지붕밑에 사는 사람은 내 규칙데로 살아야한다 하며 가르쳤고
그렇게 자라서인지 내성적이고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어울리지를 못하여
운동도 여러가지를 돌려가며 시키며 방과후에는 학교근처에 와엠시에 등록도
해놓고 옆에는 도서관이 있어 운동이 끝나면 고모가 퇴근후에
데리러 갈때까지 공부할수 있는 여건들을 만들어놓는둥
그렇게 신경을 써가며 이년을 견뎌낸다는것이다.
그래도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이야기는 안 한단다.
다행히 먹는것은 아무거나 잘 먹어 감사하며 이제는 제가 해먹기도 한단다.
내가 요약을 잘 한다면 이야기거리가 많은데 다 못하겠고.
요점은 이렇게 고모가 영어를 다하고 세아이를 길러내며 경험한
풍부한 지식과 시스템을 잘알아 뒷바라지를 하는데도 저렇게 공부하기가
힘이 든다는데 조기유학을 보낸 아이들은 어떠하겠느냐는 이야기다.
남편과 조카사이에서 일어나는 묘한 감정도 쉽지 않다 하는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가.
이번에 보내면서도 하기캠프연수팀에 넣어 보낸다 한다.
그런 마음씀씀이가 사랑과 정성이 아니면 할수있겠는가.
그 아이는 복을 받은 아이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홈스테이로 친척집이나 친구집인데 그들 대부분이
일을 하면서 혹은 안 한다 하더라도 교통이나 먹을것등을 해주는것이지
저렇게 신경을 써가며 해주겠는냐는것이다.
내조카가 30이 거의 다돼 유학을 와 이번에 박사코스를 패스했다한다.
공부를 하려는 의욕이 있다면 나이가 들어 와도 해내지 않는가.
조기유학을 온 어린아이들이 더 측은해지는 마음이 들어서 쨘하다.
부모의 사랑과 인성교육이 우선이 되였으면 한다.
일기삼아 이제는 이렇게 써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