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의 정원

봄맞이 하러 가세~~

jj조약돌 2011. 4. 4. 14:19

 

이곳에 봄소식은 야생시금치를 캐 왔더라~~ 로 시작이 되는데

이 한 게으름을 하는 나는 늘

뒷전이지.

그러면 나는 마음이 석탄백탄이 타는듯 하지. ㅎㅎㅎ

드디어!

갔다.

하하하!

토요일 날이 좋다.그러나 할일이 있었다.

갈까말까?

이웃에 계시는분께 전화를 드려 일이 있어 끝나고 가자고.

너무 늦지 않느냐고?

아니요.무조건 갑시다.

봄맞이 하러.

 

모시러 갔더니 카레로 점심을 드신다.

한그릇 뚝딱 얻어먹고 나섰다.

으찌나 신이 나던지. ㅎㅎㅎ

 

부지런하신 분들이 먼저 발견해논 시금치밭을 암암리에 소문이 퍼져

나까지 갈수있다는것이 대단한 수확이라고 한다

야생시금치 캐는 이야기에 별별 루머가

불안하기도 한데

 이밭은 주인집이 앞에 있어

따가라고 허락이 떨어져 마음놓고 캘수있다니

얼마나 편한마음이던지.

셋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하호호하며

나누며 가니 금방이네.

 

일부러 씨를 뿌린것은 아닐텐데 이리 넓은 밭에 시금치가 널려있고

하늘은 파랗고 흰구름은 둥실둥실.

시금치가 아니래도 기분이 날아갈듯하다.

 

전문가들은 어찌 캐는가 하며 다가가니 아는분이다.

방석까지 가지고 와 편하게 다듬는다.

역시 다르다. ㅋㅋㅋ

한참을 캐다보니 눈을 들어보니 저 아자씨 무엇 하시능겨 시방!

흐흐흐 쉬를 하시는구만.

방석에 비니루를 씌운 아이디어가 괜잖네.

봉지에 무조건 캐담아 쏟아놓고 앉아

다듬으니 따땃허니 좋더구만.

앉아서 하라기에 해봤더니.

시금치도 그리웠지만 눈이 시리도록 파란하늘과 산등성이의

흰눈을 바라다보노라니 평화가 따로 없어

난 눌러댄다.

 

함께 간 이웃집 아저씨는 벌써 두자루나 하셨네.

 

유난히 추웠던 지난 추위였건만 풀밭속에서 용케도 뚤뚫고

올라온 이 시금치.

얼마나 용을 쓰며 자랐는지 그 힘으로 만들어낸 맛이 정말 일미다.

.

하나씩 캐내어 다듬노라면 모든 시름은 간곳없고 너무너무

행복하다.

머리에선 누구도 주고 누구도 주고로 끝없는 릴레이가 이어지고.

시금치못잖은 기운으로 이리 예쁜꽃도 피워내는 자연의 우리는

탄성을 연발하고.

쏟아놓으니 꽤 많다. 이리저리 전화를 한다.

다듬는다고 했어도 쏟아놓으니 또 손질을 해야할듯하다.

그래도 여느 부자못지않은 뿌둣함이

허리도 안 아프네 그려. ㅋㅋㅋ

한봉지씩 주고나니 이것만 남았네.

그래도 다듬어야 하기에 밤에 앉아 다듬어놓고

새벽에 일어나 씼었다.

 

 

4통에 두번씩을 씻었으니 8번이네.

밭이 갯밭처럼이여서인지 흙도 없었지만

일본의 물을 받으려 줄을 선 사람들이 눈에 아른거려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렇게 삶아 봉지봉지에 담아 며느리도 주고 어른들 몇분께 나누어

드리니 을메나 기분이 좋은지 행복했었다.

 

 

그리고 월요일 해가 어찌나 쨍쨍 나는지 일을 하면서도 시금치가 어른거리니

아~ 미치겠다. 허나 어쩌랴 매인 몸이니.

그러나!

다음날 아예 칼이랑 운동화랑 자루랑 준비를 하고 아침부터 엄살을 떨며

머리가 아프다 배가 아프다 했는데 으메 정말 설사가 나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ㅎㅎㅎ

 

수퍼바이져에게 아프다하니 정말?

그려,이크! 찔린다.

네가 하는 일 거의 끝내고 나가란다.

가시고 싶어 하시는 분께 전화하고 시누님께 전화하고 고고고!

날도 좋고 아주 신이 났다.

멀리 침을 맞으러 다닌다며 시간과 기름값을 들이고

다니면서 그렇게 다닌다는 지청구듣기 싫어 영감에겐

안 다녀온듯 차 트렁크에 실어놓고 시치미 뚝.

일찍 잠을 자는 영감이 이럴때는 얼마나 이쁜지. ㅎㅎㅎ

 

7시가 넘어 씻기 시작하여 삶으며 며늘아이에게 전화를 한다.

삶아 문앞에 놓을테니 가져가거라.

어머님 힘드신데 제가 씻어 삶을께요.

놔둬라 통 많고 솥이 크니 내 하는것이 낫다.

이렇게 더 하고 싶은것은 아들아이가 지난번 준 시금치국을 

먹으며 나 참 많이 컸다 하기에 왜 그러느냐하니

시금치국이 맛있다니 안 그러느냐고 하더란다.

자라면서 저녁한끼는 늘 한식으로 먹었지만 별로 잘 안먹는데

며늘아이가 한식음식을 매일 하니 이제는 잘 먹지만

된장국은 잘 안 먹었었는데 아이들도 무친것보다 국을 더 잘 먹는다하니

더욱 해오고 싶었던것이였다. 

애, 아버지는 모르신단다 하니 깔깔깔 웃어주는 며늘아이도 넘 예쁘다.

다음날 허리도 안 아프다.

하하하! 왜 안 아프지않으련만 기분이 좋아서인지 암튼 행복했다.

 

혼자 웃기기도 하고 이 무슨 청승인가 싶지만 너무

재미있고 신이 난다.

그리고 토요일.

영감은 또 일을 나갔다.

오면 회먹으러 가자고 했는데.....

 

난 회먹으러 가는것보다 시금치 따러 가는게 더 좋으니

친구와 다녀와요~~

쪽지를 써 놓고 갑시다~아~ 하고 또 가 이번엔 이렇게 삶아

말려보기로 했다.

지난번에도 아예 다듬어가지고 오니 한결 쉽다.

파랗게 삶아 널면서도 신이 난다. 얼마나 예쁘냐구요. ㅎㅎㅎ

 

 

아버님제사가 이번엔 금요일이라 아들아이와 늦게나마 간것은 시금치를

두형님들께 드리고 싶어서였다.

새벽에 일어나 인절미와 약식,도토리묵을 쑤어 싣고서 가

나누어드리니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내가 조금 힘들면 이렇게 많은 분들께 기쁨을 드릴수있으니

그 즐거움에 더 신바람이 나지.

운전을 못하여 가고 싶어도 못 가시는 분들을 모시고가니

그것도 보람이 있다.

교우이신 루시아형님은 냉이를 캐셨는데 나를 먹이시려고 일부러

나의 퇴근시간은 맞추어 아주 맛있게 냉이국과 냉이무침도 맛있게

먹을수 있었던것도 올 봄맞이에 즐거움이였다.

 

사실 어제 또 가고 싶었는데.....

못 갔다. 아쉽당.

시금치여 안녕~~~

 

내년에도 우리 또 만나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