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의 할미,할아비의 주말 (첫째주말)
이번 주말엔 두집아이들이 다 안 왔다. 그럼 참 편했을것 같지만.........
며늘아이가 시금치를 한번 따러 가고 싶어하는데 왠지 찜찜하다.
어찌됏던 남의 것이지 않은가.
나야 늙은것이니 만에 하나라도 경찰이라도 만나더라도 젊은아이인
며늘아이보다는 뱃짱이 있으니 덜 떨릴것 같아 답사차 아니 밭앞에
집이 하나 있기에 들어가 주인에게 물어보려는 마음에서 시누님과
함께 금요일 일도 일찍나가 일찍 퇴근을 하여 도착하여 집을 노크를
해도 아무도 없어 밭으로 들어가니 이게 왠일!
밭을 갈아 골이 파지고 냄새가 지독하다. 거름을 한것인데도 시금치들을
따고 있네. 아니 이것을 어떻게 먹어요?
괜잖아요 여기는 거름을 안 했는데요 뭐.
찜찜한 마음으로 골라가며 하나씩 따 킁킁 냄새를 맡으며 따면서
이건 아닌데 하는데 저위에서 따가지고 오시던 어른 한분이
저위에 가봐요 거기는 아직 안 엎었어요. 거름 한것을 어찌 먹으려고. 하신다.
아유 감사 합니다. 그런데 아저씨 나가시다가 저 회색입으신 할머니보고
밭은 질어서 빠지니 둑으로 올라오시라고 전해 주시겠어요? 하니 예 해 주신다.
몇개 안되지만 미련없이 쏟아놓고 올라가니 그사이에 부쩍 자란 시금치가 팔랑거리며 맞아준다.
아유 귀여운것들! ㅎㅎㅎ
들고 나가려면 힘이 드니 아주 다듬으며 따자 하고 따는데 살랑대며 불어주는 봄바람도
하늘에 새까맣게 무리를 지어 날으는 새떼들. 파란 하늘 너무 신이 난다.
아 우리 며느리 왔으면 얼마나 좋아할텐데... 해감서리.
어둑해질무렵까지 따 가지고 돌아오며 시누님이 아주 좋아하신다.
으쪄요 올케 하나 잘 두셔서 신 나시지요? ㅋㅋㅋ 그래그래 좋다.
허리는 굽은 양반이 나보다 손이 더 빠르셔서 더 많이 따시기도 하셨네.
돌아오자 마자 밥을 김치찌개에 한술 말아 자리를 잡고 다듬기 시작하였다.
아무리 다듬으며 땄다하더라도 손질을 해야하기에.
그런데 어느새 벌레가 꽤 크게 자란것이 세마리나 보이니 올여름엔 겨울이 춥지않아
벌레가 많을듯 하는 생각이 든다.아참 좁쌀막걸리도 한모금씩 홀짝홀짝 마셨었지. ㅎㅎㅎ
피곤해서인지 잠을 깊이 자고 눈을 뜨니 6시다. 영감에게 시금치보고를 하고 일어나
월남친구가 떡을 사고 싶다하여 떡집에 주문을 해 주었더니 가지러 가는것도 함께
가 달라나. 영감과 함께 가 한바퀴 돌고 나오니 떡집 사모님이 오셨더라나.
내가 또 그이를 좀 알지.부지런히 쫓아가 만나 우린 반가움에 부둥켜 안고 이야기
꽃을 피우는데 하루지난 떡은 수거를 해 가 얼린것을 가져온다는것을 잊었다며
어제 팔다 남은것이라며 세팩을 얻는 횡재도 하고,
시누님이 전화를 하셔서 애야 어제 다녀오길 잘했다 하시며 들뜬 목소리이시다.
아침에 이웃에 계신분께 가서 위에 올라가 따라고 했는데 그분이 밭에서 전화를
해오셨단다. 지금 밭을 갈면서 나가라고 한다고.
그래 신이 나슈? 그럼 얼마나 잘했니.
그러나 나는 며느리를 못 데리고 간것이 더 서운하였다.
삶아서 이리 널어놓기도 하고
지저분한 나무들을 잘라놓기도 하고
연장도 많기도 하지.
마르지 않아도 화력이 좋지.
시원하게 잔디도 깍고.
고추장고추가루가 오지를 않아 좀 고운고추가루가 있기에 채에 쳐보니 괜잖네.
언니가 정성것 말려 보낸 고추가루 곱기도 하지.
장작을 패는 모습을 보라.
그렇지 어찌 힘이 안 들것소. 나이가 내년이면 칠순인데 돈을 벌며 집안일 하느라.
통풍을 시키려고 내 놓으니 동백꽃과 예쁘게 조화를 이루네.
얼마나 밀린일이 많은가 .그저 눈만 돌리면 맨 일거리라서 무엇부터 해야할지.....
정리를 하자 하며 시작을 하여 쑤셔내니 으메 이렇게 쟁여놓고 사는구먼.
그런데 전화음성에 남겨진 구역장의 이야기.저녁에 판공성사를 성당에서
보는데 저녁을 먹는다고. 이건 뭐냐 나보고 떡을 해오라는 얘기잖남.
급히 찹쌀을 씻어 담그고 .그 와중에 점심도 해 주어야 하지 않는감.
마침 대구를 사다 놓았기에 전을 부쳐 점심으로 떼우고 .
정리를 하면서 약식도 앉히고 바쁘다 바뻐.
시금치도 씻어 삶고. 친구에게 갖다 먹으라 하니 얻었다며 얼리면 맛이
없으니 말리란다. 그래 언젠가 엄마가 말려주신것 맛있더라.
삶아 고사리 말리던 종이를 쭉 깔아 널었더니만 겨우 물기만 걷은것을
성당 다녀와 차를 세워놓고 종이를 엎어놓기만 하고.
그렇게 동동거리며 인절미까지 해 놓고 영감에겐 불고기 해 드슈 하고
성당으로 가 오늘은 특전미사를 보고 돌아와 내일은 안 가련다,
다은이네도 성당에서 모임이 있다고 식구가 다 와 있는데 찔통인 나은이가
따라간다면 어쩌나 했는데 언니 오빠 친구들에 둘러 쌓여 할미는 안중에도 없구먼.
그려 다행이다.따라 나선다고 하면 우찌 노 를 할것인고 .
성당을 안간다는 마음이 아주 느긋하니 잠도 깊이 잤네.
아침을 먹고 한국에서 온 고추가루를 통에 넣어 냉동기에 넣어야지.
차고에 넣어놧는데 요즘 날이 점점 더워지고 있으니 .
쏟아보니 정말 많다.언니는 내가 언니보다 더 많이 먹는다고 한다.
이왕이면 바람좀 쏘여 넣어놓자. 쏟아서 내 놓고.
그런데 밖을 내다보니 영감이 일을 하고 잇네.
그려 혼자 하는것보다 내가 거들면 좀 덜 힘이 들겠지.
집안에 일이야 나중에 하지 하고 나가 배나무와 사과나무 가지치기를
시작하니 키는 작고 영감은 왜 그리 쳐내느냐고 잔소리고.
우짠둥 내가 치지 않으면 저 영감은 못 치지 하며 막 쳐낸다.
혹자는 우리집을 와 보면 우리가 게으르다고 할지도 모른다.
사람이 매일을 사는 일만으로도 조금만 게으르면 밀리는것이
집안일인데 우리는 주말이면 아이들하고 보내느라 늘 밀리는 일이 아닌가.
거기다 밖의 일은 또 얼만가?
영감이 오늘은 마음을 모지게 먹고 바베큐 하는것도 들으라며 추럭에 실고
이것저것 쇠붙이들을 찾아 버리고.
겨울내 떨어져 구석구석에 쌓인 낙엽들을 불어내고 아이비라나 덩쿨나무도
걷어낸다. 아이비가 좋다고? 어찌나 번식이 빠르고 나무를 타고 자라서
큰나무들이 죽게도 하는 아주 나쁜 녀석이라는것을 아실라나?
가을에 떨어진 낙엽들이 겨울엔 비에 젖어 어쩔수 없었는데 모처럼 날이 좋으니 발동이 걸린 영감.
헉헉거리며 불어낸다.
하하하 예전엔 갈쿠리로 긁어내는데 파란 잔디위에 뒹구는 낙엽이 영화에서는 낭만적이고 멋지더니
내집에 떨어진 낙엽을 갈쿠리로 긁어내는데 어찌나 힘이 들던지......
그런데 이제는 이렇게 불어대니 얼마나 쉬운감.
나는 배나무와 사과나무를 가지치기를 하고. 할줄을 아나 뭐 그저 쳐주는거지.
영감은 너무 쳐낸다고 잔소리 하고. 후후후 이것도 나나 하니까 과감히 쳐내지 울영감은 못 쳐내지.
나무가 아야야 한다는 마음아픔에서.이래저래 난 독종으로 몰리는 처지.
한달도 더 빨리 찾아온 봄. 동백이 만발을 하고.
여름이면 오이밭이 되는 이 밭도 시원하겠다.
암튼 우리 오늘 일을 아주 많이 했다.
거기다 친구여편네 말을 아주 잘 들어 말리려고 내놓은 시금치는 꾸물꾸물 하는
날씨에 마르지도 않는다.걷어다 난로에 불을 짚인 아래층에 이리저리 늘어놓았다.
그리고 내가 쏜다 영감아 나가자!
일식집인 아 러브 스시로.
우아하게 맛있는 회로 저녁을 먹고 와 우린 다 두고 자자고 했다.그러나!
나는 고추가루도 다 담아놓고 설것이도 아니 냉장고에 이것저것 남은것
넣어놓았던 그릇들을 버려 다 버려 주문을 하며 버리고나니 설것이가
장난이 아니네.부엌바닥까지 치우고 나니 마음은 개운한데 몸은 아닐런가.
그런데 잠이 안 온다. 잘 시간이 또 지나서인가보다.
일은 많이 했지만 보람이 있고 마음은 즐겁다.
영감은 돌아와 후레쉬로 밖을 내다보길레 뭐 해요? 하니 얼마나 우리가
일을 했나 보는거라나. 영감도 늘 찜찜했겠지.
그려 70이 낼모레인 노인이 일을 하며 집안일까지 어찌 완벽하리오.
그저 대강 삽시더. 다음 주말은 벌써 아이들이 온다는 스케쥴이 잡혀있으니
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