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의 정원

밀린 세월

jj조약돌 2009. 3. 11. 23:33

감기라면서 게으름을 피우니 그 맛이 꽤 쏠쏠하다.

양손에 떡을 쥘수 없다더니 하나를 놓으니 그나마 집안이 좀 깨끗해진듯하다.

설것이 끝내고 이 앞에 앉으면 시간이 얼마나 빠른지......

그럴땐 대강대강이였거든. 며칠을 설것이 끝내고 부엌바닥까지 쓱쓱 문지르고 돌아서면

영감이 불을 지펴놓아 훈훈한 아랫층으로 내려가 신문도 읽을 여유까지 즐기면

아~ 이제 자야 하는구나.

 

이러다보니 블로그친구들에게 소홀해지네.유일한 나의 친구들인데......

글로써는 모자라니 사진으로라도 보답을 해야하니 찍기는 잘 찍는데 못 올린다는 이 게으름.

회사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출퇴근시간도 들쭉날쭉까지 겹치고.

 

 

출근하려 나와보니 이리 밤사이에 눈이 왔기에 이월에 왠눈이? 했었는데....

 

눈속에서도 꼿꼿한 마늘들이 신기하고

학교놀이터에도

 언덕길에선 차들도 엉금엉금거리고.

 요즘 매매가 없다는 새 차들도 하얀눈을 쓰고 오늘은 임자를 만나려나 기다리고 있는 안쓰러움을 머리에 이고.

 눈이 녹은 토요일 조용하기에 내다보니 영감이 쪼그리고 앉아 잇는 모습이 미안했었지.

 저리 줄을 쳐놓고 씨를 뿌린다. 종류별로 써 꽂아놓고.

 미안해서 생강차에 꿀과 잣을 띄우고 딸아이가 준 베이글에 내것은 버터를 바르고 영감것은

안 바르고 비스킷에도 내것은 치즈와 피망절임도 얹고 영감것은 페퍼로니만 얹어서는 들고 나갔더만,

 겨우 생강차와 베이글과 하나의 비스킷만 , 에이구 재미없어.오로지 한식으로만 사는 저 남자.

저러니 내가 부엌에서 헤어나지를 못하지 투덜대며 들어가 결국은 새참으로 국수를 삶았지.

 아이들 감기 옮길수 있으니 오지말라 하였는데도 전화가 왔다.

"어머님 순대국 사가지고 갈께요. "

아니다 사 오지말고 그냥 집으로 가거라.

아이 그래도 안돼요.순대국 싫으시면 족발 사가지고 갈께요 하더니 모듬순대와 족발을 사가지고 온 이쁜며느리.아들아이가 윗몸올리기를 한다며 잡아주기에 내가 너도 해 봐 하니 아버님 계신데 어떻게.....

 어때.이제 우린 가족인데 해 봐 하니 영감도 거든다.괜잖아 해봐.

 으찌 곧잘 하네. 시아버지가 더 신기해 하네.그러면서 나은이와 게임도 하고.

 

 이런 분위기가 나의 바라는 가족의 모습이였었는데 많이 다가온 며늘아이다.

예의가 너무 깍듯하여 어느땐 내가 더 주의를 해야하기도 하게 하는 며늘애가 이만큼 마음을 풀기까지

꽤 오랜세월이 흐르며 우린 다가온것이니 이 모습이 너무 행복하다.

나도 하라고 하여 해보았으나 아들아이가 보듬어 주엇어도 한번밖에 못했으니 베둘레햄을 우짤꺼여.

 

 서너시간 있는동안 아들아이는 아버지와 샤핑도 다녀오고 할아버지는 잠간이라도 아이들과 놀아준다.

 

 

 

 사진기를 대면 이리 표정을 잡아주는 나은이.

 아빠와 할아버지를 쫓아가 얻은 쌍칼을 등에 꽂고 야핫!.

그리고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우린 사다놓은 영화를 한편 보앗던 감기의 주말도 아이들과 함께였지.

 달콤한 시금치도 있겠다 고사리도 있으니 돌솥밥을 해 먹자 .그런데 밥을 어떻게 해야 누룽지가 빤짝 들려질까? 궁리를 하다보니 아니다 솥에다 밥을 하는게 아니고 솥을 달군다음에 기름을 살짝 문지르고 해놓은 밥을

놓고 나물과 고기를 넣을것이다. 맞았다 아주 기막히게 맛있고 푸짐한 돌솥밥이다.야채를 넣어 계란국도 꿇이고.

 그렇게 또 주일이 가고 나은이가 감기가 심하게 들어 잠간 들려 태환이만 남고 다 간 토요일.

시상에 !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그래도 신이 나서 노는 녀석을 찍으려 할미는 카메라 들고 뛰었지.

 누나가 없어도 잘 논다. 할아버지는 보디가디로 눈을 맞으며 서성여준다. 나는 아이들만 나가놀게

하지 않는다.아무리 내집 앞이라도.의심이 많아서리. ㅋㅋㅋ

 할아버지와 협상을 하기에

 무엇인가 했더니 헬멧을 벗고 싶다나. 헬멧을 넘겨주곤 생~앵 달린다.

 눈은 여전히 퍼붓고.

 

 이웃에 사는 친구를 오라고 할때는 눈이 안와 자전거도 가시고 오너라 했는데 .......

 

 이웃에 사는 친구를 오라고 할때는 눈이 안와 자전거도 가시고 오너라 했는데 .......

 

 좀 있으면 보라색꽃을 내 보일텐데 좀 늦어지겠지.

 잔디도 눈속에 묻히고.

 삼월의 눈을 춘설이라고 한다지. 기온조차 영하로 내려가고 출근후 밖에선 눈이 몇시간이나 내리더니

퇴근하려 나와보니 이렇게 많이 쌓이고 차문이 얼어 잘 안 열리더라니까.기후조차 이렇게 심란하게 한다. 

 꼭 겨울같다.영하의 기온으로 마치 한겨울 풍경이다. 투덜대지 말자. 이 아름다운 픙경도 이제야

마지막이려니 하면서.

 가을이면 예쁜 단풍잎을 주는 이 아가들의 가지에도 하얀눈이 아니라 고드름이 달려있다.

 두시간이나 늦은 출근으로 느긋이 앉아 창밖을 보니 아직도 내사랑이 아닌 눈을 이고 잇는 나무들이

너무 예쁘다.춘삼월의 폭설은 반가움보다는 무거운 마음이 든다. 봄은 역시 예쁜 새싹들이 돋아나야

봄기운을 느껴 희망을 가져보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