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의 정원

두번 쇤 명절

jj조약돌 2009. 1. 27. 16:52

그믐밤에 눈이 또 살째기 내린 설아침이다.

그믐날에 수정이가 와 있는데도 틈틈히 만두속을 만들어 놓은것을 새벽에 일어나

영감과 만두를 만들면서 문득 아~ 오늘 명절이지 ! 한복을 입고 가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 부려부랴 만두를 만들어 놓고는 치마를 대려 입고 나서니 영감이 차유리의 얼음을

긁어내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사진도 한방 찍어주고.

 꽤나 추운 날씨였지만 비가 안 오니 입은 한복.겨울한복은 아니지만 명절이 아니냐구~~

그런데 성당에 가니 나만 입은것이 아닌가.그전에는 몇몇이 입었더만 어쩜.

저마다 한마디씩 곱게 입었느니 예뻐요 하는것도 빈정대는듯이 들릴정도로 민망했엇지만

입을일이 없는 한복 이럴때나 입어야 할텐데 왜 안 입어요 하니 어느 노인이  추워서...

하시기에 저도 내복 입었어요 했다. 다행히 분홍내복이 잇어 비치지도 않아 좋았지만.

 아이들과 저녁에 떡국을 먹자고 했기에 조카보고 오라하니 흔쾌히 온다한다.시누님도 오신다하니

튀는 한복을 입고 한국식품점에 들려 떡국떡도 더 사고 조카사위가 온다니 반찬하나라도 장만하자

싶어 몇가지 사 가지고 와 부지런히 준비해놓은 고사리랑 잡채양념을 볶아 놓는데 아들네가 와

며늘아이가 생선전과 호박전을 부쳐주니 상까지 다 차려놓은 후에 모두 모이니 16명이나 된다.

마침 아는 지인이 한국도자기 냉면그릇을 여섯개나 보내왔다. 이제는 어른이 여섯이니 떡국 드시라고

처음 쓰면서 아주 요긴하게 잘 써서 고마움과 내가 잘 살아온듯한 기쁨이 있었다.

며늘아이와 한국에서 여자들이 힘들다 하는것이 이래서 인가보다 했다. 우리 식구끼리라면 떡국과

김치와 나물 두서너가지면 될텐데 전도 부치고 잡채도 하는둥 음식도 가지수도 많아지니 조금은

그 상황이 이해가 된다. 것도 준비된것이 아닌 당일에 결정된일이니.

딸아이는 태환이가 먹고 싶다는 스파게티와 밋볼을 해 온다 했어도 며늘아이에게 눈치가 보여 엄마 도와주게

좀 일찍 와 줄래 하며 멧세지를 남겨 놓았더니 수정이 자는데 잠간 잤었다며 시간이 다 되여 오니 속만 탔다.

그래도 아주 맛있게 먹고 선물 받은 아주 좋은 고량주도 따 한잔씩 마시고 정말 즐거운 명절이였다.

 할아버지와 생일이 하루차이인 태환이의 생일케익을 오늘 모인김에 촛불을 켜주는데 고량주병을 옆에 놓아

놓고는 아범이 증거를 남기는거라며 웃기기도 하여 5살 생일에 고량주를 주는 할머니래요~~

 

 

 

 

 

 

 할머니가 준 선물을 풀면서.

 어찌나 무럭무럭 자라는지 옷을 사면 금방 작아진다며 에미가 장난감말고 옷으로 사라고 하기에

에미와 함께 가 산것이란다. 너야 장난감이 더 좋았겠지만 어른들이 이리 계산적이구나. 

 고모는 무엇일까?

 와~아 내가 요즘 푸욱 빠진 밷맨이구나~아.엄마아빠가 친구들과 해준 파티도 주제가 이것이였는데.

할머닌 역시 나이가 들어서 내 취향을 모르시지만 옷도 마음에 들어요. 그것도 네개나 되는데 뭐.

 집안 가득한 광경.

 식구가 많으니 씌여놓은 장난감덮개도 그데로 있네.

 수정이도 할머니모양 혼자만 한복을 입었네. ㅎㅎ 너도 민망하니?

 이제 세배를 하자 하니 .....

 나은이가 제일 먼저 한다 넙죽.

 수정이는 에미가 시키지만 아직.... 나은이는 할미가 한잎준 $1짜리를 받아선 환하게 웃으며 에미에게

갖다주고는 또 와 넙죽 엎드려 주니 에미에게 주고는 또 달려오기에 이제는 안해도 된다니 울상이다.

 그렇게 대여섯번을 해 얼마나 웃었는지...앵벌이교육을 어찌 그리 잘 받았는지.에미는 다은이와

태환이가 벌은거 보다 많다며 얼마나 신이 나 하는지....

 

 

 

 한잎 받아 또 뛰는 저 녀석 봐라.

 어느새 훌쩍 자라 대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된 이녀석들도 세배를 하고.

 오촌고모와 고모부께도 세배를 하고. 고모부는 지갑을 아예 열고 있었네.

 79년생인 저 조카손주덕에 젊은 할머니 소리를 듣게한 아이도 함께 하여 기뻤고. 어느새 어른자리에

앉은 아들내외도 조카들에게 세배를 받고 세배돈도 주게 나이가 들어가는구나.

 이것이 행복이지 별것이겠는가? 울며늘아이에 표정이 밝아보이는것을 보는것만으로 행복한 마음이다.

비록 세배돈으로 할아버지가 여행을 갈 경비를 모은다는 새돈 박스를 내게 주어 팍팍 인심을 쓰긴 했지만.

50이 넘은 조카사위에게 절도 받고 세배돈도 주고 좀은 별난 명절을 보낸 금년은 시작부터 너무 많이 웃었다.

떡국을 두번 먹는 명절을 지냇으니 나이도 두살 더 먹는것은 아니겠지? 허기야 먹은들 어쩌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