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의 정원

울고 싶다.

jj조약돌 2008. 11. 4. 15:03

출근 할때만 해도 이 가을날씨가 비가 내려도 낭만이 있었다.

어느새 30번째 맞는 이 가을에 대해 글도 쓸까하며 생각도 했었지.

그런데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 사무실 타나가 이리 오라며 손가락질을 하기에

히히거리며 다가가니 흰봉투하나를 주며 읽어보고 내일 미팅이 있으니 가보라 한다.

열어보니 조기은퇴신청서다. 난데없는 벼락이다. 경기가 안 좋아 아침에 두친구가 감원으로

나갔다는 소식을 들었어도 상상조차 안 했었는데.....

울컥해지며 쿵하는 마음이다. 대비가 언젠가 그랬다 . 다음 감원이 있게되면 너와 내가 첫순위일것이라고.

그녀의 예감이 맞아 그녀도 받았단다. 어쩔래? 물으니 글쎄 한다.

 

아들아이에게 전화를 한다. 아들아이는 퇴근후 집으로 온다하고.

딸아이에게 이메일을 보내니 전화가 왓다 .퇴근후 오겠다고. 얼마전 블로거들끼리 자식은 급할때

먼저 달려와 주는 이웃이라고 했는데 맞듯이.

 

오늘 파업후 첫출근을 한 영감에겐 퇴근하며 알렸더니 염려말고 그만 두라나.

며늘아이도 아이들을 데리고 와 무엇하러 왔냐하니 위문공연을 하러 왔다나 하며 나를 웃긴다.

그래서 식구가 또 한자리에 모여 웅성거리며 저녁을 먹고 아들아이는 서류를 읽어 주며

나의 선택이라고 한다.그러나 받아들이는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두아이가 다 그러는데 난 아직도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 않은 이유는 이제 일년만 더 일할수 있으면 조기 은퇴연금에 해당이 되니

그때까지 다닐수 있다는 보장이 있다면 퇴직금조로 주는것도 포기할수 있겠건만 이미 서류에

보장이 없다는것이다. 이번에 받아들이지 않고 그냥 다니다 다시 감원을 할때는 이런 혜택은 없는것이니.....

 

내겐 이 회사가 너무 고마운 곳이다. 영어 한마디 못하는 나를 고용해주어 두아이 대학도 보내고 남편이

간간히 감원을 해도 내가 일할수 있어 지금의 내가 있었 기에.

바램은 내가 일할수 있을때까지 일해주고 싶었는데 지금 이 상황도 회사가 원하는 바니 떠나주어야겠지만

너무 섭섭하다.내가 철들기 시작했을때 삶의 절반도 더 다니고 의지했던 회사가 아니던가?

왈칵 설음이 밀려오는것을 참았었다 . 그런데 지금은 눈물이 난다.

그리고 두렵다. 어쩌면 나의 안식처인지도 모르는 저 회사를 그만두면 나약해질것 같아 두렵다.

그래도 회사가 원한다면 떠나야지 하면서도......

쉬고 싶다는 바램이 있었어도 이렇게는 아니였는데....

 

아~아~ 울고 싶다!